We are strangers to ourselves. 라는 유명한 말처럼 난 생각보다 날 잘 알지 못하는 듯 하다.
심리학이란 전공 때문이 참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이 어떠하다는 것을 말해주기보다는
내가 어떠할 것이며 남들이 어떠할 것이라는 나의 생각들이 '꼭 그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준다는 점이지.
덕분에 수학이나 공학처럼 이건 무엇이다. 이렇게 말해주는 명쾌한 맛은 없지. 오히려 희뿌연 구름을 뿌려대는 기분이래야 되나.
또다른 재미는 공부의 주체가 곧 공부의 대상인 학문이라는 점. 단, 철학과의 차별을 위해 과학과 수학을 빌려오지.
주체가 대상이고 대상이 곧 주체이기에 공부를 하는 나는
공부를 당하는 나를 보며
"나도?" "나는?" "난 아니겠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덕분에 공부를 계속하면 할수록
내가 누구이고 뭐하는 놈인가라는 사실은 점점 모호해지고 애매해져가네.
하지만 난 모호하고 애매한 놈이라는 확신은 또 뚜렷해져가네.
결국 나는 모호하고 애매하다고 정의할 수 있겠네.
좀 변태스러운건 이 밑도 끝도없는 나에 대한 생각들이 더 이상 진전을 보이지 않고 빌빌대자
명확함에 대한 강박이
나의 모호함과 애매함이 나의 정체성이라고 허겁지겁 결정지어버린 것이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썩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썩 틀린말은 아니잖아?
재미있는 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이렇다저렇다 다들 입을 대며 '명확하게' 정의해 준다는 건데
가끔 보면 걔들이 정말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거지.
내가 날 들여다 본 시간이나 남들이 날 들여다 본 시간이나 비슷비슷할 것 같고
남이 날 바라본 시간이 내가 날 바라본 시간보다는 더 많겠지.
- 2009/11/03 19:19
- optimist.egloos.com/4268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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